영국 사회서비스 담론 분석: 두 개의 축에 따른 네 가지 지형

2007년 바우처 사업 실시 등 사회서비스가 재정, 공급자, 서비스 등에서 다각적으로 확대되는 가운 데 이 과정에서 도입된 선택과 경쟁을 중심으로 한 시장적 접근에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이동을 의미하기도 하며 이것은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흐름 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역사적 발전을 경험한 영국에서 나타났던 사 회서비스 담론을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역사적 분석을 하였다. 이 분석에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사회서비스 담론의 흐름이 집합주의와 개인주의라는 또 다른 축으로 구분되고 있음 이 나타났다. 사회서비스 담론을 가르는 이 두 개의 축은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논의에 이론적인 기여 를 할 수 있을 것이다.

1. 서론 : 최근 사회서비스 정책 변화와 담론

최근10여년동안우리나라사회서비스의확대는가히폭발적이라고할수있다. 그원인에대해 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또한 그만큼 관심의 영역 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서비스 대상, 서비스 종류, 서비스 공급방식, 공급기관 등 모든 부분에서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또한 예산의 증가 로 나타나고 있다. (강혜규, 2008; 김용득, 2008; 남찬섭, 2009).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양하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 다양한 민간 공급자 의 참여 아래 이들 간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용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장체계를 적극 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대표적으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에게 직접 재원을 지급하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김종해, 2008; 이영범.남승연, 2010).

정부는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촉진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와 같은 개혁 방향은 학계에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감정기, 2007; 김용득, 2008; 김 종해, 2008; 남찬섭, 2009). 또한 현장이 받고 있는 충격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민간 사회복지실천은 지역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기본적으로는 보조금 지 급방식으로운영되어왔다. 공공기관과민간복지기관과의배타적관계를기초로하는기존의보 조금 방식은 공급자가 중심이 된 사회서비스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역사회 프로그램이나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프로그램 내용이나 운영, 대상자 선정까지 상당부분은 보조금을 받는 공급자가 자체적으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바우처 제도는 이러한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그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분명 존재하지만 어쨌건 기존의 공급자 지원방식에서 수요자 지원방식으로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에 대한 결정권의 실질적인 중심이동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과 회의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들이 단지 우리 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서비스 전달과정에서 욕구를 규정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결정하고 구성하는데 있어 이용자 중심을 강조하는 것은 21세기 보건의료 서비스와 사회서비스에 있어 핵심적인 주제가 되고 있다(Holloway and Lymbery, 2007).

아울러 유념해야 할 점은 그렇다고 이용자 중심이 반드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산을 운용 하는데 이용자를 참여시키거나, 더 나아가 기존에 공공기관에서 가지고 있던 예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Wanless, 2006). 이러한 시도들은 단지 이용자 의 선호나 욕구를 더 잘 반영하도록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용자들이 직접 통제권을 누릴 수 있도 록하는 시도이고 이를 통해 이용자는 훨씬 더 높은 만족을 얻는다고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 서 사회서비스에 있어 이용자 중심 제도를 논의하는데 있어 이러한 서로 다른 접근과 관점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들이 어떠한 특징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책적으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또 그것이 어떠한 강점과 문제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집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여기에서는 영국의 사회서비스 담론에 대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관점과 접근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음과 동시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최근 변화를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이고 개념적 틀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영국의 경험이 주는 혜택은 분명하다. 영국은 전반적인 복지정책에 있 어서도 전후 베버리지 보고서에 기반을 둔 복지국가의 성립, 대처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의한 복지축 소와 민영화, 뒤이어 신노동당의 제3의 길에 기초한 개혁 등 세계적인 사회복지 담론을 이끌어 왔던 역사는 사회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70년대 시봄 보고서(Seebohm Committee, 1968)에 기 반을 둔 국가중심의 사회서비스를 확립한데 이어서 90년대 그리피스 보고서(Griffiths, 1988)에 의해 추진된 시장화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보호(community care) 개혁, 다시 신노동당 집권 시기를 거 치면서 추진된 개인화(individualization)와 자립(independence)을 중심으로 한 개혁(김보영, 2009) 등 다양한 개혁과정의 역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회서비스 담론 논의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이러한 영국의 사회서비스 담론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서구 중심의 이론적 논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보영. 2012.  “영국 사회서비스 담론 분석: 두 개의 축에 따른 네 가지 지형”. 『한국사회복지학』 64(1). pp. 29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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