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지원방식의 도입, 공공전달체계 확대, 사회보장급여법 시행 등에 따라 민간 사회복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민간 사회복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논의를 역 사적 맥락, 제도화의 방향, 자발적 역량의 측면에서 종속적 대행자 관점, 계약된 서비스의 공급자 관점, 자원개발 대상 관점, 지역사회 공동체 관점으로 구분하여 비판적으로 따져보고, 사회복지의 수요와 공급 의 맥락, 수요와 욕구의 문제, 공급과 자원의 문제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적 욕구의 영역 에서는 공적 자원의 책임성이 우선하고 사회투자적 수요의 영역에서는 민간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원칙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핵심용어: 민간 사회복지, 사회복지 수요와 공급, 기본적 욕구, 사회투자적 수요
I. 서론
우리나라에서 지역의 사회복지 공급에 중심을 차지해왔던 민간 사회복지의 지위와 역할에 대 한 논란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2007년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과 2008년 노 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사회복지의 공급이 기존의 비영리 민간 사회복지기관에 대 한 공급자 지원방식에서 이용자 지원방식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사회복지 시 장화로 인하여 영리 사업자도 사회복지 공급에 참여하고, 민간 비영리 사회복지기관들도 바우처 사업과 노인장기요양 제공 등 영리시장에 진입하면서, 사회복지 공급에 있어서 비영리 민간 사 회복지기관의 독점적 지위가 붕괴됨과 동시에 비영리 복지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구조적 변화는 예산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기존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지원은 지방분권화 이후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전국적인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 지만 이 예산을 묶어 놓은 분권교부세 내역으로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다. 2014년도 분권교부세 산정내역(안전행정부, 2014)에 의하면 노인복지비, 장애인복지비, 아동복지비 등을 포함한 사회복 지 항목의 17개 시도 산정 총액은 약 6천 9백억 원 규모이다. 같은 해 2014년도 사회서비스 제 공계획(보건복지부, 2014b)에 의하면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재활서비 스, 언어발달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부모 심리상담서비스,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사업 등 바우처 사업의 예산 규모는 약 7천 5백억 원 규모에 달한다. 물론 이것이 정확한 현황을 말해주 는 것은 아니지만 이 수치상으로 이제 전자바우처를 통한 공급 규모가 기존의 공급자 지원방식 에 의한 공급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2015년도 바우처 사업의 예산은 8천억 원을 넘어서 계속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는 반면(보건복지부, 2014c) 지역에서는 2015 년부터 분권교부세가 폐지되어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보조금의 안정성마저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 이다.
민간 사회복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논란은 희망복지지원단과 드림스타트 등을 통해 공공전 달체계가 확대되면서 또한 가중되어왔다. 통합 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한 공공의 직접 서비스 개 입이 시작되면서 지역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민간 사회복지기관과의 충돌이 있었던 것이 다. 이에 더하여 2015년 7월부터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 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이 시행되면서 민간사회복지의 기능과 역할을 규정하던 사회복지사업 법의 상당부분이 형해화되었다. 특히 이 법에서는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사회보장급여의 신 청, 조사, 결정, 제공, 관리 체계를 ‘보장기관’으로 일원화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보장기관이란 “사회보장 급여를 제공하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법 제2조 5호)를 말한다. 법에서는 상담 및 안내 제공, 다양한 복지욕구 충족, 지역서비스 연계 등 기존의 민간 사회복지기관이 해오던 역할을 보장기관의 의무로 부여하고 있다(법 제4조). 게다가 최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이른바 ‘유사·중복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사회 복지에 대한 지원이 구조조정 대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위기의식은 더욱 심화되고 있 는 듯하다.
지역 사회복지의 영리화와 이로인한 영리기관의 확대와 이 들과의 경쟁, 공공 전달체계의 확 대에 따른 역할 충돌과 구조조정의 압력 등은 기존의 민간 사회복지의 역할을 근본부터 흔들리 게 만들고 있으며 실제 이로인한 현장의 혼란도 매우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 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는 많이 이루어졌고(김용득, 2015; 남찬섭, 2009; 신경아, 2013; 양난주, 2011), 부분적으로 대안이 모색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김용득, 2008; 양난주, 2015) 보다 포괄적 이고 근본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럴수록 현장에서는 문 제에 따른 혼란은 가중되지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데에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의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설정은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기존에 민간 지역사회복지기관이 담당해왔던 지위와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지금의 새로운 상황에서 담당해야할 지위와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새 로운 방향을 모색해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막연한 당위성에 의해서가 아니 라 현재 지역사회복지의 수요와 공급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때 그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사회복지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막연히 논의하기 보다는 민간 사회복지가 지 역사회의 어떠한 욕구에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어떠한 공급적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는 것 이 바람직한가를 논의할 수 있어야 보다 명확한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 논 문에서는 민간 사회복지에 대한 그간의 논의를 먼저 살펴 본 후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어떻게 연구되어 왔는지 그리고 각각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수요와 욕구의 문제, 공급과 자원의 문제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를 톺아보고자 한다. 즉, 전반부에서는 먼저 민간 사회복지의 지위와 역 할에 대한 관점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한 후에 이를 지역의 수요와 공급의 맥락에서 어떻게 적 용해야하는지를 따져, 보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민간 사회복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방향을 도 출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김보영. 2016. “지역사회복지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의 민간 사회복지 지위와 역할에 대한 개념적 모색”.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8(2). pp. 3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