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한국사회복지학회 2018 춘계학술대회 기획주체 발표논문 “한국 사회서비스를 보는 새로운 시선: 바람직한 대안적 논의를 위하여”(최영준∙김태일∙김보영) 준비를 위해 작성된 내용으로 최종 원고와는 다른 부분이 있으며, 남인순 법률안의 경우에도 최초안을 기준으로 작성하여 최종 발의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용에 주의 바랍니다.
사회서비스원 논의의 전개와 내용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이하 서비스원)은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되었던 사회서비스공단(이하 공단)에서 출발하고 있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선거 공약(민주통합당, 2012)으로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무환경 개선(p. 156),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p. 132) 등을 내걸었고, 2017년 대선(더불어민주당, 2017)에서는 사회복지, 보육, 요양, 장애인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일자리 34만개 창출(p.68), 국공립사회서비스 제공 시설 확충 및 광역지자체별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이를 통한 사회서비스 제공 시설 직영 체제 구축(p. 178) 등을 공약했다. 당선 후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서 국정과제에서도 공단 설립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통해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및 사회서비스 제공인력 처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채택했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44).
이렇게 이 정부의 정책방향으로 등장한 공단과 관련된 논의는 2000년대 말부터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사회서비스센터 또는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제안된 이 방안은 당시 급격한 확대 과정 중에 있던 사회서비스 인력을 공적으로 양성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고용센터 안에 사회서비스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이었다(유태균, 2013; 좌혜경, 2009). 즉 구직등록을 한 실업자의 취업연계나 근로빈곤층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고용센터 산하에 사회서비스센터를 설치하여 사회서비스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실시하여 사회서비스종사자로서 일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있어는 고용유발효과가 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일자리 비중이 낮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공공주도로 안정된 일자리를 확대함에 있어 민간의존을 발전한 우리나라 복지부문에서 나타나는 이윤추구로 인한 불평등, 서비스 종사자의 근로조건 악화 문제에도 대응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었다(좌혜경, 2009).
또한 이렇게 설치된 사회서비스센터는 단순히 인력 공급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분절된 사회서비스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근로빈곤층에게 일자리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까지도 담당하여 장기적으로 ‘고용복지센터’로 통합하는 방안까지 제안되었다(유태균, 2013). 유태균은 이 방안에서 사회서비스센터가 사회서비스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읍면동 사무소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통합조사, 수급자격관리, 사례관리 등 공공부조 업무에 더욱 집중하여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고용센터 마다 설치되는 사회서비스센터는 복지부 차원에서 근로빈곤층을 위한 사회서비스 지원사업을 전담하는 전문기관인 ‘사회서비스공단’이 관할하는 기관으로 공공부조는 기초단위에서 사회서비스는 중앙단위에서 총괄하는 구상인 것이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단안은 2016년부터 제기되었다. 이 방안은 서울시 사회서비스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김연명 외, 2016)를 비롯하여 학자나 정책연구기관, 노동조합(이하 노조) 등에 의해 국회 정책토론회나 정책보고서에서 유사하게 제기되었다(김철, 2017; 석재은, 2017; 오승은, 2017; 한국노총, 2016). 이 방안의 배경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문제의 핵심을 급격한 확대 과정에서 소규모의 영세한 민간기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과도한 경쟁구도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 종사자가 열악한 근로조건에 내몰리면서 사회서비스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시설 등을 공공이 직접 운영하고 종사자를 직접 고용함으로써 종사자의 근로조건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민간중심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적정한 수가체계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운영과정에서 그 적정성을 평가하면서 표준수가체계도 개발할 수 있고,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표준운영모델도 개발할 수 있다고 보았다(김연명 외, 2016; 석재은, 2017). 또한 종사자의 교육훈련이나 소규모 영세시설 경영지원 등 공단 외 다른 공급자의 질적 향상을 위한 지원방안도 공단의 역할로 상정하는 경우도 있었고(김연명, 2017), 지역의 사회서비스 수요추계 및 공급관리, 인증제, 자격평가와 같은 사회서비스 기관 질 관리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석재은, 2017).
공단안을 주장하더라도 설치 방안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중앙과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의 문제였는데 학계에서는 광역지자체에서 설립안을 제안하는 경향이 있었지만(김연명, 2017; 김연명 외, 2016; 석재은, 2017), 노조에서는 중앙정부에 공단을 설립하고 광역별로 본부를 설립하는 방안을 주장하였다(한국노총, 2016). 공단이 단순한 공공공급 기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역단위에서 사회서비스공급체계 전반을 기획, 조정,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종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발판” (김연명 외, 2016:276), “지역단위에서 사회서비스 컨트롤 타워 역할” (김연명, 2017)을 해야한다고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석재은(2017)의 경우에는 공단과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재가서비스 강화를 위해 포괄정액 수가가 작용되는 재가패키지 도입과 기초지자체 단위로 통합 재가기관으로서 공공 거점재가기관을 설립하고 장기요양급여 재가급여와 등급외자 복지서비스 등이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 거점재가기관이 공단 산하 기관인지, 기초지자체 산하 기관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하고 있지는 않다.
보건복지부 서비스원안의 내용과 특징
보건복지부는 공단안을 사회서비스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2018). 그 내용은 사회보장위원회나 사회서비스 포럼 등을 위한 회의자료로서만 회람되고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광역지자체에서 설립하여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위탁 기관으로 운영하고, 학대예방, 정신건강관리 관련 공공센터들을 운영하고, 표준운영모델 개발, 서비스 표준화, 경영 컨설팅 등 다른 민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원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복지부의 방안은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이하 남인순 법률안)으로 구체화 되었다.
남인순 법률안에서는 광역지자체장이 설립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원에서는 사회서비스 시설운영, 급여제공, 연구·개발, 종사자 처우 및 고용 안정성 개선 사업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서비스원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시설운영이나 급여 제공을 우선 위탁받으며 위탁 사업 종사자를 직접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는 서비스원장과 보수와 경영목표와 관계된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예산을 지원할 수있도록 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정부가 출연하는 사회서비스지원단(이하 지원단)을 설치하여 서비스원에 대한 경영평가, 수급계획지원, 정책연구개발, 사업발굴, 사회서비스 모델 개발 및 표준화, 관련 공무원 및 임직원 교육 등을 수행한다고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유사한 재단법인을 서비스원으로 개편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률안에서는 형식상은 시도지사가 설립하는 광역지자체 기관으로 서비스원을 설정하고 있으나 설립에서부터 운영에까지 이중삼중의 중앙 통제기제를 두어 사실상 중앙서비스원(지원단)과 광역지사(서비스원)의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지사는 사회서비스 설립과 운영의 타당성부터 복지부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서비스원의 사업 수탁운영, 사업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서비스원 원장이나 이사, 감사 등 주요 임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임명하도록 되었다. 또한 복지부 장관이 이러한 임원의 해임도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서비스원에 보고, 서류제출, 사무소 또는 시설 출입 검사, 조사, 관계자에 대한 질문 등도 가능하다. 지원단은 인사, 조직, 운영, 예산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서비스원의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어 사실상 중앙 서비스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각 서비스원의 조직운영, 인사관리, 예산 편성 및 집행과 자금 운영, 업무 기준 등을 포함한 운영지침을 정하면 최대한 반영해야 하며, 서비스원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하여 경영에 대한 지도, 조언, 권고가 가능하다. 앞의 대통령과 장관령에서 규정하는 사항, 장관의 권한으로 규정된 내용의 실질적인 업무를 지원단이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원단은 중앙본부, 서비스원은 광역본부 내지는 지사 정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비스원의 역할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사회서비스의 정의 자체도 사회보장기본법의 정의(제3조)를 따르고 있어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수행하는 매우 포괄적이다. 게다가 이 법률은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복지사업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도 우선하며 여기에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1호 각 목의 법률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각 목의 법률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비롯한 27개 관련법을 포함하고 있다<표 1>. 우리나라 복지제도 중에서 4대 사회보험을 제외한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관련 거의 모든 법과 제도를 서비스원의 역할 안에 포괄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언의 역할에 대해서도 서비스 제공이나 시설에 대한 위탁운영에 제한하지 않고 이러한 사회서비스 유관법률에 의한 “각종 급여 및 서비스 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급여’의 개념은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1호의 ‘사회보장’의 정의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해석에 따라서는 사회보험 급여까지도 역할 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관,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위탁받는 것을 넘어서 유관법률에 따른 권한의 일부까지도 위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권한의 위임은 앞서 사회서비스진흥원에서 제시되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노인보호전문기관과 같은 학대 예방 기관을 위탁 운영하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이미 이러한 기관 운영에 필요한 권한이나 지자체 협조 요청등에 관한 사항은 관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포괄적인 권한 위임을 가능케 하는 과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서비스원의 운영과 사업 지도감독, 인사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심의위원회에 부단체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서비스원안은 모든 사항이 이중삼중 중앙통제 아래 놓여있어 중앙의 지방본부의 성격을 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존에 광역은 물론 기초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으로 규정되었던 사회복지 전달체계까지 모두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1>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1항 각 목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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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및 서비스원안의 문제
서비스원 논의에서 발견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의는 전개과정에서 살펴보았듯이 사회서비스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일자리나 자활정책의 수단으로서 제기되기 시작하였고 그러한 성격은 현재 서비스원안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식에서부터 제안된 해법까지 사회서비스 자체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현재의 서비스와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종사자의 문제에 제한되고 있다. 물론 어떠한 정책도 하나의 방안으로 모든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는 것만으로 한계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일부분의 문제를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보변서 이에 대한 대안이 정작 궁극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장애나 왜곡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동안 사회서비스에 대한 논의의 발전과정을 보면 복지국가 성립 이후 6~70년대에 형성되었던, 보편적으로 확대되었던 제반 공공서비스처럼 보장되어야 한다는 국가주의나 이러한 서비스에 있어 개별적 진단과 대응에 초점을 맞춘 전문가 주의에서 최근에는 당사자의 주도적인 삶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자립생활이나 돌봄이 의무가 아닌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는 사회제도적 환경을 강조하는 돌봄의 윤리까지 이어지고 있다(김보영, 2012). 이러한 점을 보면 사회서비스를 단순한 서비스의 공급과 제공의 문제로 보는 협소한 관점에서 당사자의 일상생활의 권리나 이와 관련된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로 관점과 논의가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서비스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돌봄의 문제가 단지 서비스 공급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보다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보면 공단이나 서비스원의 논의는 70년대 서비스 공급에 국한된 접근 방식에 머물러있는 셈이다. 이러한 접근의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사회서비스가 실제 구현되는 공간인 지역사회에 대한 고려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돌봄의 문제가 단지 서비스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나 환경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공단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공공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체는 기초단위 지방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이외의 다른 공공기관은 각자 담당하는 급여나 서비스에 역할이 제한되기 때문에 당사자의 삶의 문제나 지역사회 환경의 문제를 책임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공간에서 벗어나 있는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광역단위 지방정부는 기초지자체가 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나 재정적 환경을 마련하고 지역 간 자원을 분배하는 등의 역할은 해야 하겠지만 이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단위로서 기능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공단 논의는 이러한 점들을 간과하고 있다. 공단 논의에서 “종합적 관리체계를 구축” (김연명 외, 2016:276), “지역단위에서 사회서비스 컨트롤 타워 역할” (김연명, 2017) 등이 강조되는 것은 단지 일자리 보장을 위하여 공적공급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광역단위의 이 기관이 사회서비스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에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문제가 되어왔던 서비스 분절 문제들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공단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기초지자체는 사회서비스 과정에서 배제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물론 이러한 식의 인식이 나오는 이유는 2000년대 경험하였던 사회복지 지방이양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복지의 지역사회 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회의적인 평가(이현주 외, 2007)에 있기도 하다. 심지어 남찬섭(2009:19-20)은 “지방정부는 그 행정의 전통과 역사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주요한 임무로 간주해온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역량을 형성하지도 역량을 형성할 생각도 하지 않아 사실상 그 업무를 담당할 능력이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래서 날로 필요성과 중요성이 높아지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역할의 중심을 지자체에 놓기 보다는 별도의 조직체에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정부를 배제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시도하는 것은 사회서비스 정책 자체를 서비스 공급의 문제 수준으로 제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포괄적인 위임을 받은 지방정부가 아닌 주체는 자기 담당 영역이외에 지역사회에서의 삶과 환경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이에 대한 포괄적인 위탁을 받는 별도의 조직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럴 경우 기초지자체로부터 책임을 분리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기초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지역사회 주민에 대한 사회서비스의 책임이 다른 조직의 역할과 책임으로 수행될 수 있는 듯 하지만, 정치적 책임의 주체가 아닌 조직은 실제로 그 책임을 수행할 자체적인 발전의 동인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결국 그러한 지자체로부터의 책임의 분리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제도적 발전의 경로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공단을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책임아래 운영되도록 할 수도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멀어진 주체가 제도나 자원에 대한 책임이 아닌 구체적인 집행의 책임마저 담당하게 될 경우 사회서비스의 정책적 발전은 당사자의 권리나 환경까지 포괄하는 수준이 아니라 70년대 제도적 공급 수준 정도로 묶어버리는 발전 경로를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공단의 논의도 그렇고 남인순 법률안의 서비스원은 이러한 위험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방향은 현 정부에서 밝히고 있는 복지분권과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새로운 지방분권 시대를 천명하면서 ‘자치복지권’을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과 함께 4대 지방자치권의 하나로 제시해 정부가 추진하는 분권화의 정책적 영역에서는 복지가 핵심임을 밝히고 있다(중앙일보, 2017). 복지에 있어 공공부조와 같은 소득보장이나 사회보험 제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앙의 책임이 중심이 되는 정책영역이라면, 사회서비스야말로 지방정부에, 특히 지역사회 수준의 기초단위 지방정부에 주된 책임성이 부여되는 정책영역이다. 그런데 그 책임의 중심에 광역지자체 이상으로 설정하는 공단안이나 더욱이 사실상 중앙으로 집중시키고 있는 남인순 법률안은 그 자치복지권의 핵심내용을 기초단위 지방정부로부터 분리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제가 발달하더라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지역복지의 발전이란 핵심이 빠진 주변적 내용에 그칠 수밖에 없어 지방자치나 지역정치에서 복지의 중요성은 그만큼 떨어지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복지발전은 그만큼 요원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으로서 공단이나 서비스원이 효과적인 방안인가에 대해서도 분명한 근거가 없다. 현재 복지부 서비스원안의 출발점이 된 서울시 사회서비스재단 연구(김연명 외, 2016)에서는 지방정부 조직 안에서 담당할 경우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이 약화되므로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탈관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방정부 출현재단이나 공단형태로 이를 담당할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연구보고서 본문에서는 서울형 어린이집, 재가요양서비스 모델사업, 공공기관 수탁운영, 지자체 직접운영 등의 당야한 기존 대안들을 평가하고 있는데 동작복지재단이나 달성군 복지재단의 공공기관 수탁운영 사례에 대해서는 더 우수했다는 연구결과가 없고, 광주시 광산구 사회복지시설 직접 운영 사례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의 고유 전문성 및 창의성 저하 우려 있었으나 기존 직원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전 직원을 정규직인 공무직으로 전환하였으며, 시설장은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복지 분야 전문가를 공개 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극복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기준인건비 증가하고, 구비 부담이 늘어나고, 기부금품법에 따른 모금 제한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는 있지만 공공의 직접운영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인건비 부담 증가나 기부금품이 제한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고, 기준인건비는 향후 공공인력 증원 측면에서 법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즉, 공공공급을 확대하는데 있어 공단이나 서비스원과 같은 별도의 공공기관 수탁운영이 지자체의 직접운영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별도의 조직을 따로 설립하는 것보다 지자체별로 사회서비스 공공공급 비율을 합동평가 지표에 삽입하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공급 확대를 촉진시키는 것이 훨씬 비용 효과적이면서 지자체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시키는 방안일 수 있다. 사실 서비스원이라는 별도의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새로 설립하더라도 현실적인 공공공급 확대의 규모로 거론되고 있는 규모는 전체 공급비중에서 5% 정도이다. 그럴 경우 이 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그럴수록 서비스원은 계속 역할을 확대하려할 것이다. 그럴수록 지자체의 책임과 권한을 서비스원으로 이관시켜 점차 사회서비스에서 지자체를 배제시킬 위험성은 높아지게 된다. 2000년대 사회복지 지방이양 이후 복지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도 도입과정에서 끊임없이 중앙통제권을 다시 복원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김보영, 2015; 남찬섭, 2009) 왜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복지부에서 그토록 중앙통제적인 서비스원안이 나왔는지도, 앞으로 그러한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용효과적이지도 않고, 직접운영 대안보다도 더 공공성 확보에 우수하지도 않고, 제도의 바람직한 발전경로와 지역사회의 공적 책임성을 훼손시킬 위험성까지 있는 공단이나 서비스원의 대안이 더 우수하다는 근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한 공단이나 서비스원에 의한 공공공급이 이루어지더라도 과연 얼마나 서비스 질의 향상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 공단이나 서비스원에 의한 공공공급이 지금의 국공립 시설처럼 선호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사회서비스 차원에서는 극히 일부만이 혜택을 볼 뿐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소수의 선택받은 공공서비스 이용자와 대부분의 열악한 민간서비스 이용자로 구분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서기현, 2017). 그런데 과연 공공에 의한 서비스는 고품질, 민간에 의한 서비스는 저급하다는 전제도 명확한 근거는 없다. 사실 우리나라 국공립 서비스는 많은 경우 결국 민간에 의한 위탁운영이 많으므로 공공이라는 주체의 문제이기 보다는 다른 민간 기관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선호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외 학계에서도 공단 논의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민간 공급자가 이윤추구의 동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킨다는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가령 1980~90년대 사회서비스에서 민간기관의 급격한 확대를 경험한 영국에서 초기에는 영리기관에 대해서 더 쉬운 대상자를 걸러내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이나 지불능력에 따른 대상자 선별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기도 하였다(Cooper, 1988; Deakin, 1996; Jefferys, 1983). 하지만 민간기관의 급격한 확대 이후 이들에 대한 Kendall의 실증적 연구에서는 이들이 단지 경제적 이익에 대한 동기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욕구 충족에 대한 사회적 의무감 역시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Kendall, 2001; Kendall et al., 2003). 이 연구에서는 이들의 사회적 동기를 강화시키는 것은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영리 민간기관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더욱 높게 나온 연구나 영리, 비영리 공급자 관계없이 공급의 상업화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유태균, 2017). 결국 문제는 민간이 공급한다는 자체가 아니라 영세한 기관 진입이나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는 정부의 정책이 원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에 바꾸기보다 단순히 공공공급만 일부 확대하겠다는 공단이나 서비스원 방안은 그만큼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참고문헌
- 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국정기획자문위원회.
- 김보영. 2012. 영국 사회서비스 담론 분석 – 두 개의 축에 따른 네 가지 지형. 한국사회복지학. 64(1). 29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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