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평가(채점) 기준표 – 대학의 교육과 평가

영국에서 몇 년동안 조교(teaching assistant)를 하고 또 잠깐 초빙강사(Visiting Lecturer)를 하면서 학부생들 채점을 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와서 가장 크게 고민된 것 중 하나가 학생평가 방법이었다. 영국 대학에서는 학부생도 준논문으로 쓰는 에세이(essay)를 통해서 평가하고 그 기준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준이 교수 따라 천차만별이니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큰 고민이 되었다.

일단 영국에서 얻은 소득 중 하나가 대학교육이 어때야 하는가를 배운 것이다. 조교를 하면서도 운좋게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습방법론 수업을 맡았고, 그 것은 다른 조교와 다르게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르치고 과제를 수행하게 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그래서 각 분반을 맡은 다른 영국 교수들과 함께 수업진행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고 신입생들에게 어떻게 공부를 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인가를 한학기 내내 토론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대학교육이 그 이전의 교육과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적어도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이론이나 사실을 알고 이해하는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분석하고 응용하여 어떤 것을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자신이 전공한 주제에 대해서 논할 때 이론적 근거와 개념을 활용하여 주장을 할 줄 알도록 만드는 것이 대학교육의 기본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 방식에도 그런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한번은 영국의 에세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과했을때 너무나 태연히 짜집기하고 베껴와서 이런 평가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를 시험방식에 적용하였다. 단순히 배운 이론이나 개념을 묻고 설명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구축하도록 하는 문제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당장 주어진 시험시간에 이를 모두 생각하여 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리 문제를 공개하거나 여러 문제를 미리 제시한 후 무작위로 몇개를 선별하여 시험을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를 평가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런 문제 설계를 전제로 다음과 같은 평가 기준표를 만들었다. 숙지도, 이해도, 응용력, 논리력으로 구분된 평가 기준표는 각 점수대에 보여주어야 하는 답안이 어떤 것인지를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물론 숙지도 < 이해도 < 응용력 < 논리력 순으로 더 높은 수준의 학습능력을 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숙지도의 점수가 높아도 다른 요소의 점수가 낮을 수 있다. 가령 배운 내용을 그대로 빼곡히 채우면 숙지도 점수는 어느정도 받을 수 있어도 나머지 요소로 갈 수록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점수는 4개 요소 점수 평균으로 부과 하였다.

exam-assessment-matrix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보통 70점대로 나온다. 점수 설계의 의도는 80점이 표준점수이고 80점 이하일수록 수업목표에 못미친 것이고, 그 이상일 수록 기대를 넘어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는 의미이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육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이러한 평가방식 자체에 익숙치 않고 훈련이 잘 안되있는 탓이다. 하지만 최종 학점은 상대적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즉, 절대 점수를 기반으로 등수를 매긴다음에 학교에서 부과한 학점 비율대로 위에서부터 A, B 학점을 부과하는 것이다.

단, 요소별 절대평가 점수는 학생들에게 알려주어 자신이 스스로 평가 기준표상 어떤 수준인지는 알 수 있도록 하였다. 한 학생마다 피드백과 조언을 해줄 수 없으니 절대평가 점수와 평가 기준표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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