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변방에서 중심으로
요즘은 가히 복지의 시대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는 일반적으로 선행이나 자선의 의미 이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건 김상곤 후보가 당선된 이후 복지는 어느덧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뒤이은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복지공약을 내세우기 시작하였다.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으로 이른바 ‘3+1’ 복지공약을 내세우는가 하면 이를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던 정부여당은 총선직전에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전격적으로 시행하기도 하였다.
얼마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도 복지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핵심적인 공약으로 부각되었다. 무상보육정책에 이은 공공보육시설 확대, 기초노령연금 확대, 본인부담금 상한선제나 4대 중증질환 치료비 보장 등은 선거과정에서도 쟁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그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둘러싸고 연일 논란이 계속되었다. 또한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육아수당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으로 국민들은 이제 복지가 특별한 남의 얘기가 아닌 당장 내가 해당되는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복지라고 하면 일부의 희생과 봉사 정도만 떠올리고, 소외계층의 문제 정도로 인식되던 우리나라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복지는 정치에서나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1월 31일 용인, 2월 26일에는 성남, 3월 21일에는 울산 중구에서 일선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업무과중을 호소하며 자살하면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보육료, 양육수당, 기초노령연금 등으로 업무가 폭증되었지만 복지인력이 크게 늘거나 업무분담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는 현실이 지적되고 있다.
다른 사회복지현장은 또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복지가 주목을 받을수록 복지를 하던 사람들이 더 대접받기 보다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이나 바우처 실시 등으로 복지영역에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게 되면서 과거에는 사명감과 헌신으로 높았던 자부심은 경쟁을 위한 몸부림으로 바뀌고 있다. 존중과 격려보다는 더욱더 엄격한 평가와 감시를 받게 되고, 주민이나 대상자들로부터 보람보다는 더욱 커진 요구와 목소리를 느끼게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불만과 회의가 적지 않다. 많은 기관의 사회복지사나 관리자들이 “지금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한다. 예전과 다르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변화를 만들기 보다는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게 더 급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혹은 “사방에서 목을 조여 오는 것 같다.”라는 말도 들린다. 한쪽에서는 너도나도 복지영역에 끼어들어 경쟁이 생기기 시작하고 또 정부에서는 희망복지지원단이니 희망리본프로젝트니, 드림스타트니 하면서 기존의 민간복지 영역을 밀고 들어오니 하는 말이다.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고 있는 걸까? 왜 갑자기 전에는 관심도 없던 복지에 너도나도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걸까? 그런데 왜 복지를 하던 사람들은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회의를 느끼는 일이 많아지는 걸까? 도대체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럼 현장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떠돌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에서는 이를 차분히 생각해볼 시간도 별로 없다. 이 기회를 통해서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그 것이 어떻게 사회복지 현장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변화가 될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보고 고민해보도록 하자.
특강 대구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강의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