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그 후손들의 이야기

영화 ‘국제시장’이 관객 수 동원 1,300만명을 넘으면서 한국영화 사상 최대흥행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급격한 경제발전 속에 자리했던 평범한 아버지의 인생을 흥남철수, 탄광 노동자와 간호사 독일 파견, 베트남전 참전, 이산가족 찾기 등 굵직한 역사의 굴곡을 따라 풀어내어 세대에 걸친 공감을 얻어낸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를 본 젊은 이들이 부모를 모시고 다시보는 풍속도도 흥행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국제시장’은 논란도 컸다. 작품성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가 담고있는 메시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다. 역사의 장면을 관통하는 독재와 같은 어두운 이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나 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것은 반대로 현대사에 대한 찬미로 비춰지기도 하였으며 한쪽에서는 비난이, 다른 한쪽에서는 지지하다 못해 관람연령도 맞지 않는 초등학생까지 교육을 빌미로 동원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좌파 평론가” 논란으로 번졌다. 한 영화평론가가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 라는 식”이라며 비난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 종편에서는 이를 “좌파 평론가의 말”로 몰아세웠고, 이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편에서는 기성세대에 대한 모욕처럼 받아들였고, 평론가는 그 세대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영화가 담고있는 이데올로기적 함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받아쳤다. 입장이야 어쨌든 영화에서는 그런 메시지를 대놓고 관객에게 설명하려 한 것은 사실이다. 주인공 덕수는 베트남전에서 폭탄테러에 피를 흘리는 장면을 배경으로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라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고 독백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 대사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씁쓸하다. 우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세대는 여전히 ‘힘든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빈곤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는 유래없이 빠른 경제성장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에 감사해야할 세대는 이른바 ‘삼포세대’라고 불린다. 취업부터도 쉽지않고, 취업해도 불안정한 일자리가 태반인 탓에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모두 포기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게 다행’이라는 그 주인공은 영화속에서 그 고생속에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문제는 되지 않았다.

결국 ‘국제시장’ 세대는 그 힘든 세상 풍파 끝에 그로 인해 얻어진 경제적 풍요는 누리지 못하고, 이를 상대적으로 누린 후세대는 오히려 그 시절 당연시 했던 일생의 과정조차 녹록치 않다. 얼마전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조사대상 30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단골로 우리나라 뒤에 있던 멕시코도 우리보다 올라선 것이다. 이쯤되면 그 다음의 과제는 명백해진다. 어느 세대도 우리 세대 고생 덕이다 말하기에는 모두의 삶이 팍팍하다. 모두를 위한 복지가 절실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 복지동향은 ‘국제시장’의 후손들인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제시장’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국제시장’의 세대가 정말 자랑스러운 세대가 되기 위해서는 추억에만 머무를 수 없다. 그 후손세대 역시 그 세대의 고생에 감사한다면 그 이야기의 감동에만 머무를 수 없다. 결국 서로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한 연대가 서로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기고 월간 복지동향 2015년 2월호 편집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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