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치를 통한 혁신? 새 정부 지역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우려

우리나라 지역사회복지는 2000년대 이후 그 어느 복지 분야보다도 더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03년부터 본격 진행된 지방분권화로 인해 복지사업의 상당수가 지방정부로 이양되기 시작하면서 2005년부터는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민관협의기구로서 전국 시군구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현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설치해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부터는 시군구 단위의 복지, 보건, 주거, 고용, 평생교육, 생활체육, 문화, 여가 등 이른바 8대 서비스를 모두 주민생활지원국으로 통합하는 주민생활지원서비스 개편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졌다.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건강관리, 가사간병방문지원 등의 사회서비스가 전자바우처 사업으로 실시되었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2012년에는 전국 시군구에 복합적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 통합사례관리를 제공하는 희망복지지원단이 출범하였고, 2014년부터는 읍면동 단위에서 통합사례관리와 맞춤형 복지를 제공한다는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간단하게 살펴보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지역사회복지가 급격하게 변화하였을 뿐 아니라 매우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가령 지방분권화는 지역의 자율적인 복지정책을 촉진시키는 개혁이었지만 이내 2007년에 전국적으로 일괄적인 주민생활지원서비스 개편이 추진되었다. 이런 주민생활지원서비스는 공공 중심으로 통합적 서비스를 지향했지만 그와 동시에 추진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은 그 동안에 보조금 방식으로 공공의 통제력이 강했던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경쟁과 선택이라는 공공이 아닌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 시군구에서 그리고 이제 읍면동까지 확대되는 통합사례관리는 다시 공공중심의 통합적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에서는 민간에게 다시 경쟁이 아닌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지역사회복지 정책은 어떠한가. 이러한 혼란을 벗어나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지역사회복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 새 정부의 정책이 기초하고 있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과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나타나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통합적 서비스와 역할 재정립: 현재 우리나라 지역사회복지의 핵심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 확대”를 내세운 바가 있다. 이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를 뜻하는 것으로 이전 정부의 읍면동 복지허브화가 앞서 언급한 대로 맞춤형복지 전담팀을 통해서 통합사례관리를 하면서 읍면동 단위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민관협력을 활성화시키는 등 읍면동을 지역단위 사회보장의 중추기관으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찾동은 여기에 인력의 과감한 확충을 통해서 지역 내 65세에 이른 노인이나 0세 아동 등을 전부 찾아가는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 마을계획 수립이나 주민리더 발굴 등 마을공동체 사업까지 결합되어 동 주민센터를 복지, 건강, 마을이 결합된 복지공동체의 중심으로 구축한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이 지역사회복지 정책 방향으로서 합당한가를 보기 위해서는 지금 지역사회복지에서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인 과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정책적 과제는 지역사회서비스의 제도적 확대에 대해 어떻게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에 지역사회복지라고 하면 지역사회복지관에 위탁된 사업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하여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 등 그 내용과 범위가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확대가 체계적인 설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필요성에 따라서 이루어지다 보니 매우 복잡하여 결국 어떤 서비스를 누가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가령 노인 돌봄 서비스만 하더라도 장기요양보험급여를 비롯하여 노인종합돌봄서비스, 노인기본돌봄서비스, 재가복지서비스, 기타 지역별 지역사회투자사업 등에서 서로 다른 기준과 내용으로 시행 중에 있다. 취약아동에 대한 지원도 지역아동센터, 드림스타트센터, 위(Wee)센터,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등 서로 다른 기관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각종 복지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시행 중인 것만 350여개가 넘는다. 지자체별 시책까지 더한다면 가지 수는 5천여 개에 이른다.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복지직 공무원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구조이다. 결국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용하는 복지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알아서 이용하는 복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복지가 늘어나도 사람들이 느끼는 복지 체감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설혹 당장 복지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떠한 일을 겪을 때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면 복지 체감도가 높은 사회라 할 수 있지만 가지 수만 많은 지금의 복지는 그러한 인식조차 어렵게 만든다.

두 번째는 다원화된 지역사회복지 환경에서 어떻게 서로 간의 역할과 관계를 재정립할 것인가이다. 이 과제도 지역사회복지의 확대와 연관된다. 과거 지역사회복지는 비영리 민간기관이 하는 것이고 여기에 정부는 보조금을 주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과 바우처 사업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영리기관이 진입하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부가 직접 서비스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비영리 복지기관에서 바우처 사업 등을 하느라 본인들이 복지를 하는지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고, 동복지 허브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읍면동 사무소에 가면 여기가 주민센터인지 복지관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비영리 민간기관, 영리 민간기관, 지방자치단체까지 지역사회복지에 참여하고 있지만 각자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 서로 유사한 역할을 서로 따라하다보니 갈등과 혼란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시 찾동, 통합적 서비스보다는 역할 혼돈 가중

첫 번째 통합적 서비스의 과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복지정책을 확대해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복지 체감도도 올라가지 않는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우리나라 복지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서로 간의 역할과 관계 재정립은 지역사회복지 발전에 있어서 매우 결정적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역사회복지는 발전은커녕 갈등과 혼란의 상황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 찾동은 이 두 가지 과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합적 서비스에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면서 민관 역할에 대한 혼돈은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통합적 서비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찾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년 희망복지지원단이 출범하면서 ‘통합사례관리’가 도입되었을 때 본래 취지는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 다양한 민관자원을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급여나 서비스는 부처나 부서가 다르면 권한이나 책임문제 때문에 긴밀하게 협조되거나 연계되는 것이 어렵다보니 결국 이러한 제약이 없는 민간 자원을 연계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고 말았다. 읍면동 복지허브화를 통해 ‘통합사례관리’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읍면동 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하면서 민간자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읍면동이라는 정부기관의 1차적인 역할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겠지만 그러한 조치는 없이 민간자원 활용만 강조된다면 그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그런데 찾동은 여기에 ‘마을’이 강조되면서 ‘공동체’란 이름으로 민간자원 활용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동 사회보장협의체는 물론이고 동 민간자원담당이 ‘나눔이웃’과 ‘나눔가게’를 조직하고, 마을 사업을 통해서는 ‘마을기금’을 조성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에 되지 못했던 통합적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기관이나 부서간 책임과 권한의 조정과 같은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찾동은 공공복지인력을 대폭 확충하면서 대대적으로 ‘찾아가는 복지’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수행하는 복지 플래너 사업의 내용을 보면 자격조건이 있는 급여를 확인하고, 욕구와 관련된 조사를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필요할 경우 민간자원 연계를 중심이 되는 사례관리에 연계를 시키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면서 민간의 가장 순수한 고유 역할이라고 여겨졌던 모금이나 지역사회조직 사업까지 동 주민센터의 사업으로 취하다보니 민관역할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자치 활성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 지역사회복지는 어디로 가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찾동의 현장이나 복지 전문가들은 찾동에서 마을을 분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임이 강조되는 복지와 주민의 주체성과 함께 책임이 강조되는 마을은 상충되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복지를 강조하면 마을의 입장에서는 주민을 대상화 시킨다고 비판할 수 있고, 마을을 강조하면 복지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이러한 복지와 마을을 함께 한다는 찾동은 그 성격상 혼란을 태생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74번째로 내세운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에서 마을자치 활성화를 위해 “주민중심 행정복지서비스 혁신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읍면동을 주민자치의 실현공간이자 서비스 제공의 핵심 플랫폼화”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마을과 복지를 여전히 양립시키면서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찾동도 마찬가지이지만 주민의 자발성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하는 마을이나 자치를 국가가 주도하겠다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과거의 새마을 사업이나 지난 정부의 보수단체 동원 논란처럼 정부가 민간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항상 논란거리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마을을 복지와 분리시키기는커녕 마을이 복지에 우선하고 있는 측면이다. 그나마 복지가 중심이 되었던 읍면동 복지허브화는 마을자치를 중심으로 한 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역사회복지의 문제는 마을자치를 통해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 백 가지로 분절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의 책임은 후순위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에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보살피는 체계는 없는 셈이다. 지역사회복지에 있어 새 정부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게 되는 이유이다.


기고 월간 공공정책 2017년 8월호 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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