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노동당 정부의 사회서비스 개혁 방향과 전략 연구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서비스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관된 모델이 없어 많은 혼란 역시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시봄 보고서 이후의 1970년대 국가 사회서비스 체계 구축, 1990년대 시장화 개혁에 이어 또 다른 사회서비스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 신노동당 정부의 정책 접근에 대해서 분석을 통해 함의를 얻고자 한다. 핵심적 정책문헌인 정책백서와 정책녹서의 텍스트를 문제인식, 정책목적, 관점, 주체, 시민권, 주요 전략 등 다양한 측면을 중심으로 내용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로서 단편적 정책 변화의 나열을 피하고 지난 10여 년간의 집권 기간 동안 구축되어 온 정책 방향과 전략적 접근을 분석함으로써 보다 심도 있고 유의미한 함의를 유추해 볼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당대의 학계의 문헌 분석을 병행하여 당시의 논의와도 비교 분석을 제공하고자 한다.

I. 서론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예산 측면에서 해방이후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는 당시 보건사회부 예산의 2%도 채 안 되는 것이었지만(감정기ㆍ백종만ㆍ김찬우, 2005), 2008년 현재 그 비중은 28.4%에 이르고 있다(보건복지가족부, 2008). 그 증가율은 최근 20여 년간 놀라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1990년에서 2005년까지의 분야별 증가율을 보면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 등 다른 분야의 경우 평균 증가율이 16~17%에 그치고 있는 반면 사회서비스는 22.54%에 달했다(고경환ㆍ장영식ㆍ김교성ㆍ최성용, 2007). 최근 사회서비스 확대는 정부의 바우처 사업과 더불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 3개 사업, 2,279억원 규모의 바우처 사업은 2009년 현재 6개 사업, 3,201로 늘어났으며, 오는 9월에는 1.2조원 규모의 보육 바우처 사업이 추가될 예정이다(보건복지가족부, 2009).  이와 더불어 사회서비스 제공기관도 급증하여 2007년 862개 였던 제공기관 수는 2009년 2월 현재 2,896개로 2년 만에 3배가 넘는 규모로 급격히 팽창되었다.

이러한 서비스의 확대는 정책상의 큰 혼돈을 동반하고 있기도 하다. 2003년 7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복지체계 기반이 구축되고 2004년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하면서 국고보조금 상당 부분을 교부금으로 전환하여 그 물적 기반을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듯하였으나(감정기 외, 2005)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큰 예산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장기요양을 사회보험 형태로 실시하면서 그 관리운영의 책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여하여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하였다. 이에 더하여 바우처 사업은 사용자에게 이용료를 직접 지불하고 민간 공급자가 시장을 통해 경쟁토록 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교부금 지급 방식 보다는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책상의 혼돈은 아직 그 역사가 짧고 이제 겨우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가 얼마나 초기단계인가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여러 가지 실험을 이미 경험해온 복지선진국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봄 보고서(Seebohm Committee, 1968)에 이은 사회서비스국(social service department) 설치에 의한 현대적 영국 사회서비스체계 성립, 대처정부의 지역사회 보호 개혁 등 역동적인 개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고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거론되어왔던 영국의 사례는 한번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영국에서 시봄 보고서에 이은 1970년대 국가 중심의 사회서비스 성립(이상일, 2004)이나 1990년대 보수당 정부의 지역사회보호(community care) 개혁(김근홍ㆍ임병우, 2002; 오혜경, 1996; 황덕순, 2008) 등은 국내에서도 잘 소개되고 지금까지도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현 집권당인 신노동당 정부의 경우 몇몇 국내의 연구가 있지만 보건의료 서비스와 사회서비스간의 파트너십(Chon and Kim, 2007) 이나 전달체계 개혁(강욱모, 2008), 질관리 시스템(전용호, 2008) 등 일정 측면이나 특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포괄적인 사회서비스 정책의 개혁 방향이나 전략에 주목한 연구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제 새롭게 사회서비스 체계가 성립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경험을 배움에 있어 개별 정책의 특성이나 효과 보다고 애초부터 어떠한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고 접근하고 있는가가 더욱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한 기술이나 그 평가를 다루기 보다는 그 방향과 전략의 설정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떠한 목적을 설정하고, 어떻게 국가와 민간의 역할 및 책임을 규정하였으며, 어떤 철학과 담론을 바탕으로 어떤 핵심적인 전략적 정책들을 내세우고 있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어떻게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그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다음의 연구과제로 넘기고자 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이러한 다음의 연구과제에 있어서도 설정된 개혁 방향과 전략을 실제 정책과 평가를 연계해서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신노동당 정부의 정치사상에 대한 분석(김보영, 2009)의 하위 연구로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두 연구 결과의 비교를 통해 신노동당 정부의 정치사상이 사회서비스라는 개별 정책영역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구체화 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시행 정책 내용과 그 평가에 대한 정리와 기술에 그치기 쉬운 외국 정책 사례 연구의 한계를 뛰어 넘어 정치사상 성립에서 정책 개혁 방향과 전략 설정, 그리고 실제 개혁 정책 수립과 시행, 평가까지 그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 개혁 방향과 전략을 분석하는 이 연구에서는 신노동당 집권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인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7년까지 영국 내 문헌연구를 통하여 사회서비스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논의들을 함께 분석하면서 정책백서(White Paper)와 정책녹서(Green Paper)와 같은 핵심적인 정부정책 문헌에 대한 내용 분석을 수행 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어떤 문제 인식과 목적을 바탕으로 어떤 정책 전략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그 역할을 나누고 있는지, 또 그 바탕을 이루는 신노동당 정부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관점, 시민권(citizenship)에 대한 인식들에 대한 포괄적이면서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는, 우리나라 현 상황에 있어서의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김보영. 2009. “영국 신노동당 정부의 사회서비스 개혁 방향과 전략 연구”. 『사회복지정책』  36(3). pp. 127-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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