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계획 매뉴얼은 2기 때 자문으로 참여한 바 있고, 3기에는 시군구 지역사회복지계획 매뉴얼 집필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매뉴얼에 그동안 쌓아온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와 함께 지역복지에 대한 고민과, 복지행정의 혁신에 대한 고민을 담게 되었다.
최근에 그나마 복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성이나 체감정도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부적절한 업무부담으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원인이 고질적인 권위주의적 관료제에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복지에 대한 욕구에 대해서 대응을 하지만 부처별, 부서별, 담당별로 분절된 상태에서 제각기 정책을 만드니 중구난방이고 지자체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자기사업으로 만들기는 커녕 무조건 복지직에게 몰아넣다 보니 제아무리 복지사업이 확대된들 제대로 된 효과를 볼리 만무했다.
그래서 권위주의적 관료제의 전형적인 안일한 복지정책에 대한 접근을 깨야하는게 과제였고, 복지계획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한 번 복지사업 전체를 점검하고 스스로의 계획을 통해 합리적인 집행을 설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했다. 중앙정부가 중구난방이라고 해도 결국 그 정책집행을 수행해야하는 지자체 단위에서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지역주민의 경험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민간 경영방법론을 활용하되 공적 목적에 맞게 경쟁이 아닌 공적 가치를 위한 공유와 협업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집필하였다. 단순히 형식적 목차 채우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존의 사업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지자체 전체 복지사업을 재배치할 수 있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균형성과관리(BSC) 방법론을 적극 활용하되 지역사회복지계획의 맥락에 맞게 응용하였다.
이 매뉴얼을 만들면서 흔히 듣는 지적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존의 관행대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 말로 실효성이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기존 관행처럼 용역에 맡겨 주문제작하거나 단순한 사업나열식 계획은 처음부터 세울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비현실적’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 것이 진짜 지역복지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인 것이다.
이런 과정은 근본적인 권위주의적 행정관행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은 당장 어려우니 피하거나 늦추자는 말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도 늦었고, 그 피해를 입는 것은 주민과 결국 모든 부담을 ‘비현실적’으로 떠 앉을 복지담당 공무원과 결국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민간 복지계일 뿐이다.
- 여기에 올려진 매뉴얼(안)은 초기 제출 원고로서 최종 매뉴얼과는 차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