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전쟁, 그 최전선의 상대

복지 전쟁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08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무상 급식 공약으로 촉발되었던 복지정치는 한때 야당의 전유물인 듯 했으나 2012년 총선 직전 복지는 포퓰리즘이라며 몰아붙이던 보수 여당이 오히려 전면 무상보육을 전격적으로 시행하고, 급기야 이어진 대선에서는 복지공약에 관한한 여야를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일부 공약에서는 오히려 박근혜 당시 후보가 더 과감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정부의 첫 예산이 짜이는 지금, 그 앙상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약속과 원칙의 정치인은 분명하게 지키겠다던 그 약속이 자꾸 무너지면서 위신이 말이 아니다.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두 배 공약에 맞서 100% 노인에게 두 배를 내세웠던 그 공약은 다시 70%로 쪼그라들었다.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전액 국가보장은 어디가고, 저소득층 치료비 지원사업으로 바뀌더니 그 예산조차 절반이 민간모금단체인 공동모금회 기획사업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어갔다. 당선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국민 성금으로 때우는 참으로 민망한 꼴이다.

그래서 한 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짜 복지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힐난한다. 본래 지킬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무릎을 친다. 복지는 원래부터 이 나라 보수 정권에 맞는 옷이 아니었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니 보수 후보의 복지 공약은 거짓일 수밖에 없었고, 이제 그 거짓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복지를 위해서는 다음 선거의 선택만 잘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이전의 다른 정부의 전력을 보면 이런 단순한 비판은 안일해 보일 뿐이다. 가장 진보적일 것 같았던 대통령 아래 가장 진보적일 것 같았던 복지부 장관이 연금에 관한한 가장 우선시했던 것은 노후보장의 확대도 강화도 아닌 연금삭감이었다.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유시민 장관은 직을 걸고 연금 삭감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개정안을 추진했었다. 오히려 전향적인 기초연금안을 제기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로 있었던 한나라당이었다. 수십 년 후에나 현재 유럽수준 연금지출 수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인 나라에서 연금 때문에 나라 재정이 파탄날거라는 호들갑은 그 때 여당이나 지금 여당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다. 현재의 복지의 문제를 단순히 정권의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안일하고 심지어 위험해보이기는 이유가. 기실 다른 선진국 중 노인 빈곤율과 노인 빈곤율에서 앞도적인 1위를 하는 나라에서 연금 지출 수준은 턱없이 부족함에도 어떤 정권이든 끝끝내 연금 재정만 문제 삼게 되는 것은 어떤 정권이든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관료집단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관료입장에서는 빈곤이나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보다 자신들이 관리해야 하는 재정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선거과정을 거쳐도 그 민의는 먼저 관료의 벽 앞에 부딪친다. 누가 어떻게 당선이 되었던,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복지의 확대임에도 각 부처와 부서의 관료들이 자기 예산을 틀어쥐고 있으니 새로운 정책추진은 누구에게든 용이하지 않다. 복지전쟁의 최전선은 예산이었고, 거기서의 상대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복지동향은 박근혜 정부의 첫 복지예산을 상세히 뜯어보았다. 대선전 공약과 대통령의 말이 실제 예산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았다. 독자들은 이 복지전쟁의 전장에서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누가 희생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고 월간 복지동향 2013년 11월호(181호) 편집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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