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는 우리나라 복지의 미래인가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등장과 성장

재밌는 일이었다. 공교롭기도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신사회운동으로 주목받던 참여연대의 국민복지기본선 확보운동이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입법으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때 당시 간사였던 나는 이제 사회복지 현장 차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현장이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해서는 국민복지기본선처럼 시원하게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유학을 결심했었다. 그래서 유학으로 간 영국에서 전공하게된 것이 사회서비스였다. 그런데 2009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은 사회서비스가 어느새 복지의 화두가 되어있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그리고 때로는 입장에 따라 판이하기도 하였다. 우선 정부에서는 사회서비스가 경제, 고용, 복지 등의 문제를 모두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듯 했다. 물론 사회서비스가 기존의 급여 중심의 소극적 복지에서 적극적 복지로 가는 핵심 영역이도 하지만 그 중요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덜 발달한 영역이 있다면 그 것은 바로 사회서비스이고, 사회서비스야 말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것이 정부의 사회서비스에는 항상 산업화가 따라붙는 이유이다.

그래서 또 많은 사람들은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부가 산업화를 위해 장기요양보험이나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사업을 시행하면서 영리사업자를 허용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얼마나 사업자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어느새 공급기관이 너무 많아 과당경쟁과 부당행위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일부는 시장판이 되어가는 사회서비스라는 용어보다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사회복지서비스라는 용어를 고집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

하지만 복지에 있어 사회서비스에 대한 주목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턱대고 거부감을 가지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결국 복지는 직면하는 사회적 위기에 따른 대응이라고 할 때 그 문제가 복합적이고 까다로와짐에 따라 사람과 사람간에 이루어지는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실 전통적인 복지란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 등장하였고, 그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실업, 질병, 노령 등 일반적인 위협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중단과 그로인한 빈곤이었다. 그래서 그 중심에는 주로 현금급여 형태의 소득보장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득보장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욕구 증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한 전통적 가족 기능 약화, 삶의 질 문제에 대한 욕구와 관심 증가 등에 따라 복지의 중심이 소득보장제도에서 사회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회서비스는 소득보장제도의 보완적 의미도 있지만 대안으로서의 의미도 존재한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 욕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때 결국 사후개입이 될 수밖에 없는 소득보장제도의 한계는 명백하기 때문이다. , 빈곤, 질병 등의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은 비용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데다가 그렇다고 삶의 질이 보장되기도 어렵다. 게다가 기존의 사회서비스 영역에서도 발달상의 문제를 비롯한 장애나 고령으로인해 의존이 심화된 이후에 서비스만 공급하는 것도 역시 비용은 늘어나고 삶의 질 보장은 어려운 마찬가지 문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2000년대부터는 사회서비스 중에서도 위험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선제적으로 개입하여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역량을 강화시켜 비용은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은 높이는 접근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가령 노인의 신체기능이 악화될 대로 된 상태에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노인의 삶의 질을 다시 회복시킬 수는 없으면서 비용은 비용대로 크지만 노인이 악화되기 전에 미리 지역사회 운동서비스를 통하여 밖으로 나와 근력도 유지시키고, 사회적 관계도 촉진시키면 비용은 적게들면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해법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미래는?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주요 복지선진국에서 사회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게되는 배경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길이 보일 수 있다. 사실 사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그에 따른 현장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만병통치약처럼 사회서비스를 앞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바로 그점 때문에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로 인해 그동안 우리나라 복지에서 비어있던 돌봄의 문제나 아동발달의 문제에 대한 개입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발전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일자리와 산업화에 대한 강조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의 질적 발전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등록제 시행으로 오히려 질낮은 공급기관 난립이 심해지고 있으며, 서비스가 표준화된 상품으로만 개발되어야 하기에 정작 개개인의 욕구에 맞춘 유연한 접근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앞서 말한 사회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와 정부의 산업화방향이 서로 상극이라는데 있다. 사회서비스는 욕구는 늘어나지만 재정적 여건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욕구를 해결하는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제한하거나 줄이면서 더 궁극적인 효과를 내기위한 방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회서비스 산업화란 그 시장규모의 확대가 주된 목적이 되는 것이고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회서비스에 대한 비용지출이 증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주민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서비스를 바라보기 보다 어떻게 주민이 사회서비스에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서 고민있는 사람들일수록 사회서비스에 대한 회의나 갈등이 더욱 커지는 모습들을 본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발달한다면 사회서비스는 복지의 미래를 커녕 복지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가능성만 커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가지는 이러한 모순에 대해서 올바로 인식하고 현장에서부터 사회서비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매출액 늘리는데만 급급하기 보다 우리 지역의 복지에서 사회서비스가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더욱 고민하고, 다른 기존의 복지제도와 복지주체와 함께 사회서비스라는 수단을 통해서 어떤 모습을 만들어갈지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지역에서 성공적 사례를 만들 때 비로서 정부의 정책방향도 서서히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기고 서울시복지재단 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 뉴스레터 희망누리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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