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복지국가 건립, 대처리즘, 제 3의 길 등 세계 복지국가 패러다임에 있어 제도적 선도성을 보여 온 영국 사례연구로 이 변화에 있어 싱크탱크의 역할과 전략을 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패러다임 출현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페이비언 소사이어티, 경제문제연구소(IEA), 공공정책연구소(IPPR), 정책교환소(PX) 등 4개 싱크탱크 관계자 7명과의 인터뷰와 문헌자료 분석을 통해 각 싱크탱크의 시대별 역할을 규명하고, 경제와 복지의 관계에 대한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연구 축적, 새로운 정치세력과의 연계, 가치에 기반한 독립성 고수, 다양한 경로의 전략적 소통 등 전략적 공통점이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페이비언 소사이어티와 경제문제연구소가 서로 좌우의 패러다임을 주도했던 1회전, 공공정책연구소와 정책교환소가 주도했던 2회전 사이에 전략적 차이점도 존재하였는데 1회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 창출, 2회전에서는 종합적 대안 생산이 주된 초점이었다. 이러한 영국의 사례는 여전히 파편적 공약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의 복지논쟁과 싱크탱크의 역할에 유용한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주제어: 영국, 싱크탱크, 복지국가 패러다임, 베버리지 복지국가, 대처리즘, 제 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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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복지국가의 역사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는 전후 복지국가 건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이자 문헌이다. 그리고 80년대 이후 복지국가 위기론에서 영국의 대처정부이자 “대처리즘”이라고도 자주 인용되는 신자유주의 사상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그리고 2007년 대선국면에서 이른바 ‘사회투자론’은 학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까지 새로운 대안적 논의로 큰 관심을 받았으며(임채원, 2006, 2007; 김연명, 2007; 김영순, 2007; 양재진, 2007; 유시민, 2007), 이는 또한 영국의 신노동당 정부가 그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김연명, 2007; 김영순, 2007). 이처럼 영국은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나 전후복지국가 건설부터 주요한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영국 정치가 자주 거론 되는 이유는 주지한 바와 같이 매 시대마다 새로운 사상과 비전을 제시해왔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문진영(2004: 46)은 이를 영국의 “학문적ㆍ이념적 체계화를 기반으로 복지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제도적 선도성” 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영국 복지국가의 발전 과정은 빈민법 시대에서부터 기존의 복지제도의 틀에 전면적으로 도전하여 새로운 원리와 운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일정 정도의 역사적 단절과 새로운 복지체제로의 도약을 이루어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복지국가의 건설이나 대처리즘, 신노동당 모두 바로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궤적들이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전후세계에 대한 비전이 바로 베버리지의 복지국가였으며, 70년대 오일쇼크 등과 함께 불어 닥친 복지국가와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대처의 신자유주의였으며 국가방임체제가 그 한계를 드러냈을 때 그 중도적 대안으로 등장했던 것이 신노동당의 제3의 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사상과 비전의 등장의 배경에는 바로 싱크탱크가 있었다(Mulgan, 2006). 이미 산업혁명 이후에 급증하기 시작한 사회문제 등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던 페이비언 소사이어티(Fabian Society), 세계대전에 대한 충격 속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하였던 정치경제계획원(Political and Economic Planning, PEP) 등으로 쌓여진 지식적 자산들이 전후 복지국가 모델 구축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대처리즘의 등장에 있어 경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 Affairs, IEA), 아담 스미스 연구소(Adam Smith Institute, ASI), 정책연구센터(Centre for Policy Studies, CPS) 등 싱크탱크들이 전진 기지로서의 역할을 했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그에 대항하여 신노동당 등장에 있어 결정적 기여를 했던 공공정책연구원(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 , IPPR), 데모스(Demos) 역시 비교적 잘 알려진 싱크탱크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싱크탱크들의 궁극적 목적은 정책결정자들에게 정책 쟁점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증거들을 생산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고 또 이를 통해 정치적 행위자들과 연계되어 있는 여론 주도층의 여론의 기후(climate of opinion)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연구는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Denham and Garnett, 1998b). 그나마 영국의 싱크탱크들에 대한 규모 있는 연구물로는 Stone(1996)이나 Denham과 Garnett(1998a)의 연구가 있지만 벌써 10년이 넘은 연구물들이어서 그 이후의 연구 성과들이나 특히 현재 신노동당 정부와 관련된 최근의 싱크탱크들의 역할이나 새로운 보수당과 그에 따른 새로운 싱크탱크들의 출현과 역할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진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에서 영국 복지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는 앞의 사회투자론에 대한 논의와 함께 영국의 신노동당(강욱모, 2000; 이연호, 2001; 윤용희, 2002; 김보영, 2009), 대처리즘(원종근, 2000; 김영세, 2007) 등을 중심으로 적지 않게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나 정작 이러한 복지 패러다임의 배경이 되는 싱크탱크에 대한 연구는 이연호(2009)의 연구에서 간략하게 언급된 것 정도의 수준이다.
영국과 같이 싱크탱크가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의 산파역을 했던 경험들에 대한 조망은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이후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적인 정권교체 과정과 집권 시기의 정책 입안과 시행과정에 있어 싱크탱크들의 역할, 더 나아가 새로운 대안 정책 생산에 있어서의 싱크탱크의 역할에 대해 매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1940년대 애틀리 정부의 복지국가 건설, 보수당의 7~80년대 대처리즘의 출현, 그리고 90년대의 신노동당의 출현, 그리고 2000년대의 새로운 보수당 흐름까지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마다 주요한 역할을 했던 싱크탱크들을 하나씩 선정하여 문헌분석과 현재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설립 및 성장과정, 정치 및 정책 과정에서의 역할과 평가, 운영전략 등을 살펴봄으로서 그러한 변화를 이끌었던 요소는 무엇이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